크기변환_김용수
예술이 흐르고 문화를 이어주는 다리가 있다. 예술문화가 흐르는 순천시 동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보자. 그 옛날 속삭임이 소곤소곤 들려올 것이며, 오늘의 힘찬 발자국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특히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치르고 생태수도와 힐링문화를 선도하는 전남 순천시의 동천은 프랑스 파리의 쎄느 강 보다도 더 아름답고 운치가 있는 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만 동천 주변의 발전사가 쎄느강변에 비해 미비할 뿐이다. 즉, 역사적으로 유명한 건물과 예술품 그리고 훌륭한 인물들의 흔적이 부재한 탓으로 세인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벽소 이영민 선생의 順天歌는 아름다운 순천경치와 유적을 노래로 엮어서 순천의 풍광을 세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잠시, 벽소선생이 지은 순천가의 일부를 소개해 볼까 한다.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호남 순천을 구경가자/ 장대(長臺)에 봄이 오니 양유천만사(楊柳千萬絲)요/죽도봉(竹島峯)에 구름이 일어/만성명월(滿星明月)이 삼오야(三五夜)라/동천(東川)을 건너 환선정(喚仙亭)을 당도하니/지당(池塘)에 백련화(白蓮花)는 맑은 향기 넘쳐 있고/유지(柳枝)에 앵앵(鶯鶯)한 꾀꼬리는 벗 부르는 소리로다/중중(重重)한 녹음(綠陰)중에 활을 쏘는 다수한 무사(武士)들은/애애동기(藹藹童妓) 더불고 백보천양(百步穿楊)을 다투더라/이수(二水)를 건너 삼산(三山)을 당도하니/청천삭출(靑天削出) 삼각봉(三角峰)은 반공에 솟아 있고/구만리 맑은 물은 용당(龍堂)으로 돌아든다/향림사(香林寺)를 당도하니/성시지척(城市咫尺)에 선경(仙境)이 완연하구나/차산승지(此山勝地) 벽계성(碧溪城)은 과연 헛말이 아니로구나/비봉산(飛鳳山) 저문날에 법당의 종소리는/동구적막(洞口寂寞)을 깨뜨린다/난봉산(蘭鳳山)에 올라 고려장군(高麗將軍)/박난봉(朴蘭鳳) 분묘(墳墓) 고적을 찾아보고/임청대(臨淸臺)에 올라 퇴계선생(退溪先生)의 필적(筆跡)과/한훤당(寒暄堂) 선생의 옥천서원(玉川書院)을 찾아본 후/연자루(燕子樓)에 올라 사면풍경을 바라보니/반구정반도화발(伴鷗亭畔桃花發)이요/팔마비전(八馬碑前) 벽옥류(碧玉流)라/손랑(孫郞)은 어디가고 호호가인(好好佳人)은 제비가 되어/연연(戀戀)한 봄바람에 누상(樓上)에서 춤을 춘다”
이처럼 벽소선생은 순천의 산천과 유적의 아름다운 풍광을 가사로 지어 노래까지 부르게 했다. 그것도 송죽 선생에게 부탁해 염금향 선생에 이어 김양남 선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국악인 판소리의 단가에다 곡을 붙여 허두가로 부르게 했다. 즉, 중머리에서 시작해서 진양조를 거쳐 중중머리로 끝나는 곡조로 짜여 있어 어떤 명창이든 이 순천가로 목을 풀게끔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조선시대 성종 때 호조판서(戶曹判書)을 지낸 월천(月川) 김길통은 순천을 두고 “한 면은 바다에 접하니 바닷물 소리 가깝고, 삼면이 산에 연했으니 푸른빛 깊네." 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곳에 가장 유서 깊었던 곳은 환선정(喚仙亭)으로 동천 변에 자리잡은 누각이라고 했다. 동천을 앞으로 두고 자리한 환선정은 환선정십영(喚仙亭十詠)에서 부터 그 운치를 더하고 있다.
둑 버들은 사람 맞아 춤추고/ 숲 꾀꼬리는 객(客) 반겨 노래하네. 비 개이고 산은 활기찬데/바람 따뜻하니 풀은 싹이 돋는구나. 岸柳迎人舞 林鶯和客吟 雨晴山活態 風暖草生心
볕으로 드니 시(詩) 속 그림이요/샘물 소리는 악보(樂譜) 밖 거문고 가락인가. 길은 멀어 아득한데/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景入詩中畵 泉鳴譜外琴 路長行不盡 西日破遙岑
유수한 시인묵객들의 속트림을 흘렀던 이유를 대변하고 있다
이외에도 당시의 부임한 태수들이 동천변 환선정(喚仙亭)에서 연회를 베풀어 토속지방 유지들과 활쏘기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방증으로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亂中日記)에서"순천 부사가 환선정에서 술자리를 베풀고 겸하여 활도 쏘다. 3월 17일 맑았다."라고 환선정 관력 기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 예술이 흐르고 문화를 이어주는 동천의 징검다리에서 쌓여온 긴 역사를 더듬어보고 유수한 명인 묵객들의 행적을 기려보는 것도 뜻 깊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동천에서의 감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명소 그 자체이기에 동심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동천은 한마디로 예술덩이다. 더욱이 동천에 시설된 징검다리는 예술과 문화를 이어주고 연어이야기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꿈의 장소가 되고 있다.
필자도 봉화산 둘레길 아래 초승달처럼 휘어진 동천 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예술타운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처럼 순천동천은 원도심과 신도심을 잇고 수많은 외지인들이 찾아드는 교육 행정 교통 예술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 삶의 질이 윤택한 순천시로 발전해야 한다.
아무튼 지금부터라도 순천만정원이고 힐링문화의 상징인 “봉화산 둘레길”과 “동천”을 가꾸는데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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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14:06 송고
2014-05-22 11:51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