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양심 시인
입춘은 새해의 첫 절기이다. 입춘이 되면 우리 가정에서는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축(立春祝)을 붙여 소원을 빌었다.
①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부터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②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③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소서) ④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부자 되세요)' 등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입춘부터 농기구를 손질하며 일 년 농사를 준비했다. 궁중에서도 연회를 베풀며 한해를 준비했다. 2017년 올해는 새봄을 알리는 입춘이 돌아왔건만, 대한민국은 지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심판대에 올라앉아 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거취문제로 올가미에 걸려있고,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은 한층 거세져서 국민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은 을씨년스럽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은 1938년, 김일성 주석이 이끄는 항일빨치산이 만주에서 혹한과 굶주림을 겪으며, 일본군 토벌작전을 피해 100여 일간 행군한 데서 유래되었다. 1990년에는 북한이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정일이 주민의 희생을 요구하며 내놓은 당적 구호인 고난의 행군은,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삶인 줄만 알았다.
국정을 온통 뒤흔들어놓은 박근혜대통령은, 온 국민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안중에도 없다. 다만 국민에게 자신은 죄가 없다고, 애국심을 호소하고, 무고함을 강변하고, 깨끗함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묻지 마’ 그리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마이웨이를 걷는 박근혜대통령은, 국정과 국민이 양분되어 이미 블랙홀에 빠져버린 대한민국을 위해, 더 이상 불행을 좌초해서는 안 된다. 언행일치(言行一致)를 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 대다수는 아이들 걱정이 태산 같다. 아이들이 민망하여 볼 낯이 없다. 가짜가 무엇인지 진짜가 무엇인지 어른들조차 분별력을 잃어버리게 한 보수 정권의 비리 사건에 귀 막고 눈 감고 할 말을 잃고 있다. 청와대, 정부, 새누리당 그리고 정치, 언론까지 온통 지리멸렬하다. 자유 한국당이라는 새 이름에도 전혀 기대를 걸지 않는다. 다만 날마다 걸어야 하는 첩첩산중 고난의 행군이 하루빨리 막이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여! 오직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속전속결로 지혜와 역량을 발휘하여, 입춘대길 정유다경(立春大吉 丁酉多慶 정유년 입춘을 맞이하여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으로, 만전을 기해주기를 온 국민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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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9 20: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