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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빛을 내다 / 오양심
태풍이 휩쓸고 간 폐허 속에서
2012-09-11 오전 4:10:55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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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간을 가다가

    바람에 댕강 허리가 잘려나간

    단칼에 목이 달아난

    뿌리 채 뽑혀져 시신처럼 나뒹굴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나이들을 세어보니 칼을 가는 소리보다 더 섬뜩한

    수십 살 아니 수백 살이다 이 계절

    너희들을 쑥밭으로 만든 것은 바람이 아니다 칼바람도

    아니다 걸음을 멈춰놓고 경악하게 한

    무지막지이다

      

    바람을 만나기전에 세상은 고요했다

    봄이 오면 뿌리에서부터 생명을 잉태하고

    여름에는 가지마다 온 몸을 드리우고

    가을에는 불멸의 환상을 꿈꾸며

    겨울에는 부활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지상에는 간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뚝 뗀

    잔허(殘墟)만 남아 있을 뿐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가 부재중이다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 것들아 

    바람 잘 날 없는 삶에 지쳐

    넋이야 잃었다마는

    일생에 오늘 하루만이라도

    식어가는 가슴으로나마 너희들

    순백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삼십배 육십배 백배 무릅을 꿇을란다

    운명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랑을 위하여

    보이는 것이 진실인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09-11 04:1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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