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치르는 전날이다. 문구점을 하는 이모에게 컴퓨터용 펜을 3개나 빌렸다. 인터넷으로 한자7급을 검색해 보았다. 7급 한자 책도 몇 여러 번 복습했다.
거의 5개월 동안 했던 8급, 7급의 한자연습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눈을 떠보니, 시계가 7시30분을 가리치고 있었다. 아침을 먹자마자 8급과 7급을 또 한 번 복습했다.
"원호야! 시험 시간은 충분하니까 천천히 풀어!"
"급하면 망친다는 욕속부달(慾速不達)을 가슴에 새기라고요? 엄마는 제가 어린애인줄 아 세요?
“이놈아 덜렁대다가 망칠까 봐서 그러지!”
“걱정을 하지 마라니까요”
나는 엄마 앞에서 큰 소리를 쳐놓고 한자능력검정시험을 보기위해 은성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빠른 걸음으로 은성이 집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한 5분쯤 기다렸을까 은성이 엄마가 대문 밖으로 나왔다. 뒤이어 정규의 모습이 보였고, 은혜누나 은성이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시험을 치르는 날이지만 걱정하는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시험장소인 순천대학교로 은성이 엄마차로 태워다 주셨다. 하지만 순천대학교가 가까워질수록 긴장이 되는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목구멍 속에서 걱정이 밀려왔다.
시험장 입구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공인급수를 치르러 온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교육급수를 치르러 온 사람도 있었다. 나처럼 학년이 낮은 학생이 공인급수 시험을 치르는 교실에 앉아 있는 걸보니 부러웠다. 나도 1급까지 도전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정원호 아자아자 화이팅!’
나는 오른손을 힘차게 끌어당기며 아무도 보지 않게 파이팅을 외치고 시험장으로 갔다. 정원호라고 적어진 자리에 앉아 있으니 내가 대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조금 있으니 감독관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합격자 발표는 3월15일에 한다고 말해주시면서 시험지를 나눠주셨다. 시험지를 훑어보니 어렵지 않아 순식간에 긴장이 풀렸다. 시험을 보는 도중에 누군가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해요”
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천을 흐려놓는다는 일어혼전천(一漁混全川)을 하는 바람에 한사람이 시험분위기가 완전 다운되었지만, 시험을 무사히 끝내고 검토까지 했다. 시험을 잘 본 것 같아 비식비식 웃음이 나왔다. 친구 은성이와 정규도 시험을 잘 봤는지 교실에서 웃고 나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3월15일 한자검정자격시험 발표 날이다. 학교에 다녀오니 엄마가
"원호야 축하해 시험 합격 했더라!"
"정말"
"응"
"야~~~~~~~~~~~~~~~~~~~~호
기분이 짱이었다.
"우리 아들, 원호야 더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6급 그리고 5급도 합격하자"
“당연지사(當然之事)”
나는 엄마에게 짧게 말했고, 엄마와 나는 마주보고 미소를 주고받았다. 참으로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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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0 17:15 송고
2013-03-20 17:16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