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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경원선 월정리역

대합실에는 분명히 출입구가 있지만

이따금 바람손님이 지나갈 뿐

이따금 구름손님이 지나갈 뿐

태고의 침묵에 잠긴 채 기척이 없다

기차역 밖에는 분단의 그날을 증언 하듯

늙은 기관차 숨을 거둔 채 누워 있고

가망 없는 시간 기다리며

녹슨 철도 상징으로만 남아 있다

멀리 단절된 시간 끝에서

쇠바퀴 굴리며 달려올 듯한 예감에

서성거려 보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곳은 서울, 평강, 성천, 원산을 연결하는

연장 227km의 산업철도

민족의 가슴과 가슴을 뚫어

소통으로 이어지던 길

새벽차의 기적소리는 강산을 깨우고도 남았지만

굉음이 있는 곳에 적막의 밤이 깊듯이

기억 속의 영화나 향수로만 애처롭다

겨울이면

이념의 벽을 넘어 날아드는 진객들은

오랜 비행에도 지쳐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여유 있어 보인다

녀석들은 먹이를 쪼으면서 러브씬을 연출하면서도

이따금 허공을 행해 소리를 질러

이곳이 살만한 땅임을 알게 하지만

왜 사람들은 선을 긋고 벽을 만들어

구획정리를 하는 것일까

가보지 못한 곳은 항시 그리움이 듯이

60년 기다림의 슬픔이 왜 이리 깊은 지

이 지상에 마지막 남은

흑백사진 속의 추억 한 채…

(-)

월정리역: 서울에서 원산으로 이어진 경원선 철마가 잠시 쉬어가던 곳으로 현재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최북단에 위치한 역으로서 고통스럽고 쓰라린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음, 인근에 조선노동청사, 백마고지전적지,

철새도래지 철원평야 등이 있어 관광특구기 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