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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에게 / 정홍순 시인
2013-06-12 오전 10:06:4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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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어지면 꽃잎 봉긋이 벌어져서

     

    살짝 문 열어지면

     

    저수지 둘러친 네가 사는

     

    쉰둘바위 그 집에 갈 수 있느냐

     

     

     

    네가 다니던 발소리가 밀려와

     

    슬며시 닿는 지금 나는 쓰러진다

     

     

     

    빨간 눈 토끼새끼가 어느 놈이 암컷인지

     

    생식기 까집어 보는 짓 말고

     

    달리 방도가 궁하던 것처럼

     

     

     

    까집을 생식기가 어딘지 조차 모르게

     

    떨어지던 난감함으로 배불러 오르던

     

    가지 끝 향하여

     

    꽃을 기억 못하던 것처럼

     

     

     

    떠나는 것이 유익이라는 말은 아나

     

    사랑하니 헤어져야 쓰것다 한 이유로

     

    봄 오면 오고 봄 오면 떠나니

     

    사랑은 꽃의 한 패거리다

     

     

     

    명자, 네가 처녀 혹은 아가씨로

     

    불리는 이름에 선뜻 기생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슬픔이 껍데기 쓰고 있다면 벗겨보련다

     

    깨끗해야 열매 맺는다 하지 않더냐

     

     

     

    서울여자 하나가 사랑도 없으면서

     

    상늙은이 시중들며 마누라 소리 듣는데

     

    기천만원 받았다더라

     

     

     

    어느 날 영감은 화단에 들어가

     

    낫질을 해댔더라

     

    처참하게 잘려나간 몽동가지 보니

     

    각시 맞아들였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나 떠나지 않을 각시 들이고

     

    낭설가지 후려쳤더구나

     

     

     

    그 후 꽃이 제대로 오겠나 싶었다

     

    참말로 열중했더구나

     

    네가 나를 많이도 생각했더구나

     

    붉은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아, 이번만은

     

    주먹만 한 알이 고개 꺾고

     

    담벼락 아래로

     

    목매달아 익어가고 있다, 명자야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3-06-06 10:27 송고 2013-06-12 10:06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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