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비가 내린다. 낙안읍성 잔디밭을 비롯해 초가집이며 각종시설물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가 내린다. 모질게도 짓밟히고 소음으로 시달리며 훼손되었던 낙안읍성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글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적지 302호로 널리 알려진 낙안읍성에서 상혼과 함께 온갖 잡음이 들끓은 음식축제를 개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의 뜻을 표하고 싶다. 아니 사적지훼손을 일삼는 남도음식축제를 낙안읍성 안에서 열리게 되었는지에, 그 원인을 캐묻고 싶다.

무엇보다도 조상의 얼과 혼을 계승하면서 문화재를 보존해야하는 사적지에서 해서는 안 될 음식축제행사를 전남도와 순천시는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사적(史蹟)은 문화재에서 가치가 큰 역사적 장소나 유적 등을 정부나 국가에서 지정한 곳을 말한다.’라고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사적지에서는 상혼이나 시끄러운 잡음은 물론 훼손 등은 삼가야 한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관람하면서 조상들이 남기고 간 얼과 혼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도와 순천시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많은 도비, 시비를 투자하면서까지 ‘남도음식축제’를 낙안읍성 안에서 개최하고 별의별 소음과 잡음, 그리고 상혼이 뒤범벅된 사적지 훼손이라는 멍울을 쓰고 있다. 어떤 연유에서 일까? 무엇 때문일까? 궁금증이 도사리지 않을 수 없다.

혹이나 위정자들의 표밭과 표몰이로 연관되는 선심성 행정이 알게 모르게 작용되고 있는지 에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많은 예산이 수반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축제현장에서 자신의 위상을 내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에 더욱 그렇다.

상기해보자. 남도음식축제가 열리는 동안 발생되는 문제점은 부지기수다. 낙안읍성 안에서 전남도의 22개 시 군 대표음식을 판매하는 과정은 상술전시장과 다를 바 없다. 수익창출에만 열중한 나머지 상혼에 젖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호객 행위 등은 포장마차 식 운영을 방불케 해 민원발생이 끊이지 않는다. 즉, 사적지 302호인 민속마을 이미지를 실추하고 많은 차량 진출입으로 인해 문화재 훼손이 심하다.

또 늦은 시간 공연과 음주자 소란행위로 성내 주민사생활 침해를 비롯해 가로등이 꺼지고, 전시음식을 시식할 수 있는 코너가 비좁으며, 판매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불평불만 등의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해마다 40여 만 명의 인파가 찾는 행사로 시 군 대표 음식점주변과 잔디밭은 심하게 훼손돼 재생하는데 매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또 행사 종료 후에도 부직포, 대못, 음식물, 기름 등을 방치해 뒷정리를 하는데도 환경미화요원들이 혀를 내 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 아니다. 식전행사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상달행렬은 위정자들의 얼굴 알리기에 치중하고 있으며, 폐막행사도 형식적인 음식경연대회 시상 등으로 행사장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낙안읍성 음식축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인지, 금년부터는 시군 남도대표음식을 고급화, 브렌드화 전시하고, 판매장터에 남도음식명가로 지정된 1시군 1식당 운영키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적지인 낙안읍성 안에서 “남도음식축제”를 꼭 개최해야만 하는 전남도와 순천시의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 숙제로 남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음식축제 장소를 사적지가 아닌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굳이 택한다면 순천만정원도 있고 동천도 있다. 더욱이 전남도에서 ‘남도음식축제’를 치룰 수 있는 장소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고 볼거리가 풍부한 해변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이 상당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사적지 302호인 낙안읍성 안에서의 ‘음식축제’는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사적지를 보호하고 조상의 얼과 혼을 계승하는 장소에서 상혼이 뒤범벅되고 훼손되는 행사를 지속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 같다. 소음과 잡음이 들끓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사적지를 관람할 수 있는 낙안읍성으로 가꾸어 세계의 문화유산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