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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는 노래는 홍난파 작곡 이원수 작사의 ‘고향의 봄’이다. 내용이 소박하고 아름다워서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불러지고 있다. 동요 ‘고향의 봄’처럼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 순천은 지금 박람회장뿐만이 아니라 마을마다 집집마다 온통 꽃 대궐 속이다.

  이 아름다운 순천의 풍광을 세계인과 함께, 특히 자신의 부모님이 나고 자란 고향의 봄을 일본인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람은 일본에 살고 있는 일본사람 구말모이다. 아니다. 구말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본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한국 사람이다. 그것도 아니다. 구말모는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난 십년간 간첩누명을 쓰고, 한국감옥에서 인생을 차압당한 남북분단의 희생양이다.

  그렇다. 구말모의 부모님은 한국 사람이다. 전라남도 여수시 미평동에서 살다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인정이 많고 천성이 부지런한 구말모의 부모님이 일본에서 일가를 이루기 시작할 때부터 친척들도 하나 둘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의 부모님과 친분이 있는 학창시절의 선후배들도 신세를 지러 갔다가 아예 일본에 눌러 살면서 하나의 마을 공동체를 만들었다. 특히 구말모의 부모님은 국가관과 민족의식이 투철했다. 일본에 살고 있으면서도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관혼상제는 모두 한국식으로 치렀다. 경찰서, 시청, 소방서 같은 관공서 직원들과 지방 유지들을 모두 초청하여 희로애락을 같이 하면서, 어떤 때는 풍악을 울리고, 어떤 때는 상여소리로 잔치를 베풀었다. 구말모의 부모님은 자랑스러운 한국문화를 일본인에게 몸소 보여준 것이었다.

  구말모에게 불행의 씨앗이 싹 튼 것은 1959년 12월 14일부터였다. 그날 누나는 ‘재일교포의 귀국을 환영한다.’라는 현수막을 단 북송선인 ‘만경봉호’를 타고 재일교포 900여 명과 함께 일본의 니가타 항을 출발한 이래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끊어졌다. 그 여파로 구말모의 가슴에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민족정신이 강하게 자리를 잡았고, 남북통일이라는 애국심이 불타올랐다. 그때부터 평화통일남북의 한민족 대화합을 위한 행사 때마다 앞장을 섰고, 재일본대한민국거루민단의 일원이 되어 북송선 앞에서 북송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0년 북한의 평양에서 누님과 상봉을 한 것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일본 와세다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구말모는 연세대학교 박사과정을 취득하러 서울로 유학을 왔다. 연세대학교에서 한일 민간교류를 추진하며 활발한 외교를 펼치고 있던 차에 대한민국 정부는 구말모에게 어불성설(語不成說-하는 꼬락서니가 도대체 이치에 맞지 않음), 간첩의 누명을 씌우고 말았다. 죄목은 북한의 지령을 받아 한국 내 정세 및 대학가에 동향을 북에 보고한 남파된 간첩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북한의 지령을 받지 않았고, 북한을 찬양하지도 않았다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무지막지한 대한민국 정부는 징역 15년이라는 형벌을 내렸다. 구말모는 누님을 만나러 평양에 간 것이 화근이 되어 꿈속에서도 억울한 옥살이를 10년이나 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81년에는 형기를 5년 앞두고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2012년 7월 27일 오후 2시에는 41년간 멍에처럼 짊어지고 다닌 간첩 혐의도 벗었다.

  구말모는 현재 일본에서 제일전남도민회장직을 맡고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홍보대사로 뜨거운 열정도 바치고 있다. 75세의 나이에도 여수엑스포를 치르는 동안에는 여수박람회 홍보대사로 활약하여, 2012년 자랑스러운 여수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수 엑스포는 3개월의 짧은 기간으로 일본인에게 충분한 홍보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순천만 정원박람회는 6개월을 개최하고 있으니, 일본전역의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총 동원하여 고향산천의 아름다움을 선보여줄 것입니다”라는 말을 해놓고 급하게 비행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노익장을 발휘했다. 다음번에는 여러 재일교포와 일본인들과 함께 박람회장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산에 가면 ‘고향의 봄’ 노래비가 있다.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목숨을 던질 각오로 살아가고 있다는 구말모의 노래비도 머지않아 여수에서 또는 순천만의 경치 좋은 곳에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오! 필승(Victory-승리) 코리아를 오! 피스(Peace-평화)코리아로 목이 터져라고 외쳤다는 구말모는 우리 분단역사의 산 증인, 영원한 말모오빠 임에 틀림이 없다. 간첩혐의가 벗어지던 날, 법정에서 ’대한민국만세‘를 크게 불렀다는 말모오빠의 애국애족 정신을 길이 본받아, 우리 모두도 남북통일, 세계평화통일을 위해서 남은 삶을 바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