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선암사 측간이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된다.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 깨달음을 긷다. 화장실이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렸을지도 모른다. 일상의 가장 은밀하고도 속된 공간, 배설과 욕망이 머무는 자리가 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른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천 선암사의 '뒤간(측간)' 앞에 서본 사람이라면 그 이문(異問)이 곧 수긍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이었던 선암사 측간(해우소)이 그 고유한 건축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지정을 앞두고 있다.
선암사 측간은 단순한 '해우소(解憂所)'를 넘어 한국 전통 목조건축의 대담함과 지혜를 집약해놓은 공간이다. 정면 6칸, 측면 1칸의 'T' 자형 맞배지붕 건물은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자연과의 완벽한 호흡이다. 바람이 드나드는 통풍 구조, 지형의 경사를 그대로 활용해 자연 상하수도 역할을 하게 만든 하부 공간, 그리고 불쾌한 냄새 대신 숲의 향기가 감돌도록 설계된 건축적 배치까지 수반됐다.
현대의 친환경 기술이 도달하고자 하는 생태적 지혜가 수백 년 전의 목조 기둥 사이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그러나 선암사 측간이 보물로서 진정한 빛을 발하는 지점은 건축적 양식 너머의 사상적 승화에 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 해우소 넓은 창으로 보이는 / 푸른 산과 하늘을 바라보며..."— 정호승 시인, 〈선암사〉 中시인의 노래처럼 선암사의 해우소는 단순히 몸의 배설만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불교에서 번뇌를 비워내는 수행의 장소이자, 몸에서 나온 가장 속된 배설물이 자연으로 돌아가 땅을 살리는 거름이 되는 생명의 순환 공간이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어나는 비움의 행위가 곧 마음의 오염을 씻어내는 선(禪)의 과정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날카롭고 번쩍이는 첨단 소재와 매끈한 도시의 빌딩숲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선암사 측간의 빛바랜 목재와 기와지붕은 우리에게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나지막이 물어온다. 거창한 권력의 상징이나 화려한 궁궐만이 문화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삶의 궤적을 긍정하고, 이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아름답게 단장해낸 민중과 승려들의 삶의 지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보존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선암사 측간의 국가지정문화유산 지정은 한국 전통 건축의 범주를 한 단계 확장함과 동시에,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비우고 생태와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울림을 던져준다. 깊어가는 계절, 선암사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 그 오래된 해우소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아마도 선암사 측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 화장실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 사찰 해우소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5일,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예고됐다.
손훈모 순천시장은 500년 역사의 순천 선암사 측간의 가치성과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화장실문화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현재 대부분의 사찰 해우소가 현대적인 수세식 화장실로 바뀐 상황이다. 그러나 선암사 측간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한국사찰의 수행전통을 상징하는 민속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높다.
측간(廁間)은 사찰의 재래식 전통 화장실을 부르는 말로 선암사 측간은 원래 청측(圊廁)·정랑(淨廊)·대변소(大便所)·뒤깐(뒷간) 등으로 불렸다. 참고로 해우소(解憂所)라는 말은 근대기 통도사 경봉 스님(1892~1982)이 처음 쓴 후 1998년 TV 요구르트 광고에 나오면서 사찰 화장실을 부르는 말로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선암사 측간의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주문 중수 기록(조계문중창상량문)에 따르면 1540년 청측(圊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건립됐다고 한다. 1597년 선암사 전체가 불탄 정유재란 때에도 일주문과 함께 불타지 않고 보존됐다가 일제강점기 1928년에 해체보수를 거치며 현재의 모습이 됐으며, 1996년에 다시 수리했다.
선암사 측간에 대해 일찍이 건축가 이수근 선생은 “한국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이라 했으며, 순천 출신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도 “선암사에 가면 꼭 한번 들려봐야 할 곳, 대한민국 제일의 뒷간”이라 극찬한 바 있다.
아무튼 기뻐할 일이다. 선암사 측간의 국가지정문화유산인 보물이 된다는 사실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자체는 물론 지역민들도 선암사 측간을 보존 관리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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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18: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