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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얼을 심는 순천 사람들 / 김용수
2026-06-22 오전 6:07:32 참살이 mail yongsu530@daum.net


    김용수  편집국장


     

    유월의 햇볕이 뜨겁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녹음이 짙어지는 유월, 순천의 대지는 유난히 뜨겁고도 푸르다. 이 계절에 순천을 흐르는 공기는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고 오늘을 성찰하며 내일을 열어가는 순천 사람들의 뜨거운 호흡이다.

     

    지난 13일이었다. 이학균 회장을 비롯해 박성규 감사와 그리고 이광호, 임종윤 부부, 양덕호, 장병호, 이하윤, 장미연 정사연(정유재란 역사연구회)회원들의 ‘백의종군 길’ 탐사를 했다.

     

    이들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갖은 고문과 옥살이를 겪으면서도 나라를 걱정했었던 이순신 장군의 얼을 기리는 행사로 순천의 “백의종군 길” 탐사를 나선 것이다. 그렇다. 이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무더위를 이겨내면서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길을 탐사했던 것이다.

     

    전남 순천시 황전면 백야마을에서 출발해 송치재를 넘는 백의종군 길은 새소리 물소리만 들릴 뿐 고즈넉했다. 이들은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때 묻지 않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날의 고초와 비애를 기렸었다.

     

    이순신 장군은 모친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길을 재촉해 남원, 구례를 거쳐 송치재를 넘었다. 그 당시 장군의 심정을 역지사지로 헤아려 보았다. 난중일기에서 “하늘도 무심하다”는 표현을 했듯 장군의 마음은 자신의 목숨마저도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순천에서는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라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 박제된 문자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시민들의 걸음걸이와 가락으로 피어나고 있다. 초여름의 햇볕이 내리쬐는 길 위, 땀방울을 흘리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순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구국의 염원이 서린 ‘백의종군 길’을 걷는 정사연 회원들이다.

     

    유월의 열기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하지만, 길을 걷는 순천 시민들의 눈빛은 단단하다. 이들이 걷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쫓는 관광이 아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시절, 모든 관직을 내려놓고 가장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했던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살아있는 의식이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흙의 감촉이 그날의 고초를 전해온다. 아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속에서 순천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한 책임감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순천시 해룡면 신성포에 자리한 정유재란 평화공원의 활동성이 그려진다. 정유재란 당시 일본의 본거지인 왜성 앞과 충무사 그리고 옛 충무초등학교 자리에 사무실이 지어졌다.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3국이 벌였었던 연합전쟁의 산물을 탐구하는 평화공원이 아닐까 싶다.

     

    이뿐 아니다. 백의종군 길이 정적인 성찰의 장이라면, 순천을 무대로 펼쳐지는 ‘국악대전’은 동적인 신명과 화합의 장이다. 순천 사람들의 가슴속에 잠재된 흥과 얼이 전통 가락을 타고 도시 전체로 울려 퍼진다.

     

    치열한 예선과 본선을 거치며 징과 북, 가야금과 대금의 소리가 순천의 하늘을 채울 때, 전통은 더이상 지루한 옛것이 아닌 가장 역동적인 오늘의 문화로 변모한다. 소리꾼들의 목청에서 터져 나오는 애절함과 신명은 객석에 앉은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낸다. 순천에서 치러지는 국악대전은 전통 예술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의 대중과 호흡하며 새로운 문화적 에너지를 창출하는 ‘지신(知新)’의 생생한 현장이다.

     

    과거를 디딤돌 삼아 내일로 향하는 순천 사람들, 그들의 힘찬 도약은 “온고지신”에 있다. 마치 불에 음식을 데우듯 계속해서 깊이 탐구하고 마음에 새기는 의미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순천은 과거의 고난(백의종군)을 기억하며 내면을 다지고,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국악)를 꽃피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순천 낙안읍성에서 개최된 “전국국악대전”은 순천의 미와 멋을 방증하고 있다. 어쩌면 나이든 사람들의 전유물로 알았었던 우리의 국악이 젊은 세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큰 공감을 지닌다.

     

    이번 낙안읍성에서 치러진 국악대전은 젊은이들의 큰 잔치였다는 후문이 회자되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했었던 관계로 낙안읍성 성곽이 밝아지고 청아한 목소리가 성 밖까지 울려퍼졌었다.

     

    김양남 낙안읍성 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은 “낙안읍성은 동편제 소리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며 국가무형유산인 판소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순천과 낙안읍성의 문하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조옥현 문화원장은 시상식을 통해 “젊은이들의 청아한 목소리가 국악을 계승, 발전시킬 뿐 아니라 우리의 얼을 승화시킨다”며 “앞으로도 ‘온고지신’의 깊은 뜻을 되새기면서,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월의 햇볕 아래에서 땀 흘려 걷고, 신명 나게 소리판을 벌이는 순천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고난의 역사 속에서 지혜를 배우고, 전통의 가락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야말로 ‘온고지신’의 얼을 몸소 실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들이다.

     

    전통의 깊은 뿌리 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를 피워내는 도시, 순천! 순천! 순천!이다. 유월의 뜨거운 태양보다 더 뜨거운 순천 사람들의 ‘온고지신의 얼’이 있기에, 이 도시가 만들어갈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6-06-15 08:12 송고 2026-06-22 06:07 편집
    "온고지신" 얼을 심는 순천 사람들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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