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름정원의 꽃처럼 피어난 민심도 시들었다. 이제는 오로지 목적을 염원하는 “성장의 계절”을 노래해야 한다. 봄날의 정원이 화려한 파스텔톤의 축제라면, 여름의 정원은 묵직한 생명력의 각축장이다.
흔히 사람들은 땀방울이 맺히는 무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는다. 하지만, 전남 순천만국가정원의 여름꽃들은 오히려 이 시기를 기다렸다는 듯 가장 뜨거운 얼굴로 피어난다. 봄의 화려함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오는 여름은 본디 치열하고 뜨겁다.
이 시기에 순천만국가정원을 가득 메우는 여름꽃들은 봄꽃처럼 여리거나 수줍지 않다. 매서운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붉은빛을 토해내는 맨드라미, 칸나를 비롯해 보랏빛 물결로 바람을 일으키는 버들마편초와 백일홍 등이 저마다의 뚜렸한 색깔과 특징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뼛속까지 싱그러운 노란색의 해바라기와 노르스름한 여름꽃들은 거대한 에너지의 바다를 만든다.
지나간 6.3지방선거의 현장 역시 이 여름 정원의 풍경과 꼭 닮아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었다. 마치 순천만정원의 80여종, 130만본의 여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경쟁하듯 각 지역의 후보들은 자신만의 색깔과 공약을 내세우며 민심의 바다에 격렬하게 부딪쳤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텃밭이라 불리던 지역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혼전 양상은 정원의 노을빛 아래 불타오르던 붉은 맨드라미의 열만큼이나 뜨거웠다. 그 치열함은 결국 유권자들을 움직였고 지난 지방선거보다 눈에 띄게 높아진 투표율로 이어졌으며 강력한 민심의 파도를 만들어 냈었다.
그렇다. 이번 지방선거 열기처럼 순천만국가정원의 여름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조화와 공존이다. 다시 말해 여름꽃들이 아름다운 진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 종류의 꽃만 득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붉은색, 보라색, 노란색, 흰색 등 각종 꽃들이 저마다 가장 뜨거운 계절에 자신을 증명하면서도 ‘결국에는 순천만국가정원’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즉,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색을 돋보이게 하는 ‘공존’ 과 ‘조화’인 것이다.
그토록 네거티브가 무성했던 6.3지방선거도 끝이났다. 치열했던 대립과 반목의 시간, 그리고 갈등의 꼬임도 끝난 것이다. 이제는 정원의 한낮 같은 뜨거웠던 햇살을 뒤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민심이 선택한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어느 후보는 당선됐고 어느 후보는 낙선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았던 공약과 비전은 모두가 우리 지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열정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그 산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상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의 정치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가이다. 당선자들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다른 색깔의 꽃)까지 포용하는 넓은 정원사가 돼야 한다. 서로 다른 색을 지닌 꽃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듯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협치와 통합의 정원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민심을 대변하는 위정자의 길이 아닐까 싶다.
여름 정원의 주인공은 단연 수국과 배롱나무, 그리고 연꽃이다. 이들의 생태는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조용한 울림을 준다. 순천만 정원의 수국은 수줍은 듯하면서도 풍성하게 피어난다. 재밌는 것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스스로 꽃의 색을 바꾼다는 점이다. 산성이 강하면 푸른빛을, 알칼리성이 강하면 붉은빛을 띤다.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 자신만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수국의 모습은,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닮았다.
게다가 '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정원의 여름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한 번에 와르르 피었다 지는 봄꽃과 달리, 배롱나무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딱 백일 동안 붉은빛을 유지한다. 지치기 쉬운 무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또 물가에 자리 잡은 연꽃은 또 어떤가. 진흙탕이라는 거친 환경에 발을 묻고 있으면서도, 물방울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하고 단아한 꽃을 피워낸다. 세상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단단한 내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필자는 이번 순천시장에 당선된 손훈모 당선자를 비롯해 도의원 그리고 시의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역민을 사랑하고, 지역을 위하는 위정자임을 각인하면서, 작은 소리도 새겨듣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말이다. 어쩌면 순천만국가정원을 가꾸듯,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사랑과 조화 그리고 공존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순천만국가정원의 여름꽃들이 거친 소나기와 폭염을 이겨내며 단단하게 대지를 채워가듯, 새롭게 출발하는 지방정부와 의회도 민생을 돌보고 지역의 미래를 다지는 일에 그 에너지를 쏟아붓기를 기대한다.
갈등을 넘어 조화로, 치열함을 넘어 성숙함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라는 정원에도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여름꽃을 가꾸는 사람들의 마음마냥 순천꽃은 쉼없이 피어 날 것이다.
칠, 팔, 구월을 이고지고 / 버팀목이 된 너의 모습을 / 잊을 수 없고 / 지울 수 없다 //
이글이글 타는 / 햇빛을 등에 업고 / 붉게 붉게 피어나는 / 그 끈기 어디서 나올까 //
물리를 깨달은 너 / 햇빛도 / 달빛도 / 별빛도 / 물빛도 / 흙빛도 / 이리저리 주물고 버무는 / 너의 힘! / 부럽디부럽다 // (필자의 “백일홍”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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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8 08: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