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갯벌은 무수한 생명체의 보고다. 특히 순천만 갯벌의 중요성은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구의 피부에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주름을 선택하라면 아마도 대한민국 남도의 순천만 갯벌을 말할 것이다.
S자형 수로를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물길과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과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갈대숲은 대자연의 극치다. 또 그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무수한 생명체는 순천만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지구가 인류에게 남긴 독보적인 “자연유산”이다.
세계가 순천만의 가치를 인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순천만은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당당히 등재됐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산의 가치를 인정받는 기준은 엄격하다.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순천만은 전 지구적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연 서식지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다시 말해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전 세계 철새들의 생명선이자 중간 기착지인 생태계의 방주였다. 게다가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방대한 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의 핵심 거점인 자연의 필터였다.
유산이라는 단어에는 묵직한 책임이 따른다. 왜냐하면 과거로부터 물려받아 현재 우리가 누리고,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넘겨주어야 할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기 때문이다.
사실 순천만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때는 개발과 골재 채취라는 인간의 욕망 앞에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순천의 시민들과 공무원들,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뜻을 모았다. 갯벌을 메우는 대신 전신주를 뽑았고, 흑두루미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도록 농경지를 전선 없는 청정지대로 가꾸었다.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곧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임을 직시한 위대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 결과 순천만은 보존이 최고의 개발임을 증명하는 전 세계적인 롤모델이 됐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생태 관광의 메카로 거듭난 것이다. 우리가 순천만 갯벌을 자연유산으로 부를 때, 그것은 단순히 유네스코의 인증 마크 하나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탐욕을 내려놓았을 때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거대한 풍요로 보답하는지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이다.
오늘도 순천만의 갯벌은 밀물과 썰물의 엇박자에 맞춰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이 거대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요람을 온전하게 지켜내어 다음 세대의 손에 쥐여주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자연유산 순천만 앞에 체결한 가장 아름다운 의무다.
그래서일까?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외신 프레스투어가 순천만을 방문했다고 순천시가 밝혔다. 시는 순천만을 방문한 외신 기자단에게 순천만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블루카본, 생물다양성, 습지복원, 주민참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적인 자연유산 관리모델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이번 프레스투어에는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중국 등 7개국 10개 매체 소속 외신기자단과 정부정책 담당자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프레스투어단은 28일 순천만을 시작으로, 여수와 고흥 갯벌을 차례로 방문했다.
무엇보다도 핵심 공간인 여자만권역은 순천만 보전정책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2021년 보성, 순천 갯벌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어 오는 7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고흥과 여수 갯벌까지 확장 등재되면, 여자만 전체가 하나의 완결된 해양생태계로 관리되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는 육상 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과 여자만 해양생태축을 연결하는 정책을 설명하며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게다가 시는 역간척, 습지복원, 전봇대 철거, 친환경 농업 전환 등을 통해 순천만의 생태적 기반을 회복해 왔으며, 주민들도 갈대 관리와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 운영 등에 참여해 보전의 주체로 함께해 왔다.
김선순 정원도시센터소장은 “순천만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정책의 현장”이라며 “세계가 주목한 순천만이 기후위기 시대 인류 공동의 미래 해법이 될 수 있도록 여자만권역의 블루카본 연구와 생태복원,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순천만 갯벌은 무수한 생명체의 보고이며 기후위기 시대 인류공동의 미래의 해법이 되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순천만 갯벌은 자연유산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마도 세계인들이 가꾸어야 할 생명체 보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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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1 07:4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