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가 되어버린 우리 할아버지 /. 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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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아! 일어나서 세수하자. 현준이도” 엄마가 일요일 새벽부터 우리를 깨우신다.
아빠는 벌써 나갈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계신다.
“아빠 오늘 어디 가게요?”
“응, 광주 할아버지 단풍구경이라도 시켜드리러 가자.”
“서둘러 준비할까?”
“네.”
우리 할아버지는 많이 편찮으시다. 내가 태어나고 한 달후 쯤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그래서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왼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신다. 또, 신장이 안 좋으셔서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가서 피를 걸러야 하신다. 우리 할아버지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시던 선생님이셨다. 사진을 보면 우리 할아버지는 얼굴도 잘생기시고 마음도 아주 착한 멋쟁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기처럼 투정을 많이 부리시고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면 좋아하시고 늘 밖으로만 나들이 가자고 하신다. 그래서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아빠가 나들이 계획을 세우신 것 같다. 저희가 가지 않으면 늘 방안에만 계셔서 답답해 하시고 또 할아버지를 위해 고생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우리도 항상 아빠의 결정을 따라야한다. 때로는 친구들처럼 놀이동산이나 다른 나라 여행을 가보고 싶지만 우리는 주말이 되면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희 왔어요.”
“아이고, 내 강아지들 왔는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다. 아침을 먹고 난후 아빠는 칫솔을 챙겨와 할아버지의 이를 닦아드리고 엄마는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와 할아버지 얼굴을 세수 시켜드린다. 아빠가 할아버지의 잠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히면 우리는 나들이 준비가 끝난거다. 아빠는 할아버지를 등에 업고 자동차 뒷자리에 조심히 앉혀드렸다. 그러면 엄마는 빨리 신발을 챙겨와 할아버지 발에 신겨드린다. 밖에 나가시는게 좋으신지 할아버지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시다.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할아버지를 보시며 한마디 하신다. “자식 등에 엎혀 돌아다니니까 그렇게 좋아요?” 내가 듣기에는 할아버지가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할머니께서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 할아버지는 “응! 좋네~” 하시며 웃으신다. 할아버지의 대답에 우리는 모두 웃고 말았다. 지리산 단풍은 아직 많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너무 좋아하셨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도 예쁘다 하시고 언덕에 자리잡은 억새풀도 흔들흔들 멋지다 하신다. 가을 단풍구경을 마치고 할아버지댁으로 향했다.
우리는 내일 학교를 가야해서 다시 목포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빠께 여쭈어 보았다.
“아빠, 할아버지 업으면 힘들지 않아요? 아빠 키가 작아질거 같아요.”
“너희들 어렸을때 엄마, 아빠가 먹이고 입히고 목욕시키고 심심하지 않게 놀아 주었던 것
처럼 할아버지도 아빠에게 그렇게 고마운 아빠였단다. 그래서 지금은 아빠가 반대로
할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하는 거란다.”
“아~~ 그렇구나! 아빠는 아프지 마세요. 저도 너무 슬플거 같아요.”
우리 엄마는 늘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시지 않으면 우리 현정이 매일 업고 과자 사주시고 놀아주셨을텐데...그렇지 못하는 할아버지 마음은 더 안타깝고 아프실거야’ 하고 말씀 하신다. 할아버지께서 점점 더 애가 되어가는거 같아 마음이 너무 슬프다고도 하신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빠,엄마가 편찮으시지 않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셔주셨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할아버지, 할머니 오랫동안 저희랑 함께 여행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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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0 09:26 송고